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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 복원, 집결, 신화의 귀환

by 댕디 2025. 5. 2.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간략한 줄거리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는 2017년 개봉된 원판과 달리, 감독 잭 스나이더가 원래 의도했던 이야기와 비주얼을 그대로 담아낸 4시간 분량의 감독판이다. 슈퍼맨의 죽음 이후 지구에 접근하는 외계 위협 ‘스테판울프’와 ‘다크사이드’를 중심으로,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메타휴먼들을 규합해 저스티스 리그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원판보다 훨씬 깊이 있고 비극적인 감정선, 각 캐릭터의 독립적인 서사, 그리고 세계관 확장이 특징이다.

스나이더 컷, 서사의 복원과 확장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단순한 감독판이 아닌, 서사와 감정, 철학까지 완전히 복원한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다. 2017년 개봉 당시 잭 스나이더는 개인적인 비극으로 인해 중도 하차했고, 조스 웨던이 마무리하며 개봉된 극장판은 스나이더의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다. 팬들의 지속적인 요청과 ‘#ReleaseTheSnyderCut’ 캠페인을 통해, 결국 HBO Max를 통해 4시간의 완전판이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기존 극장판과 비교해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훨씬 깊고, 세계관의 구조가 정교하다. 슈퍼맨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서사 구조는 각 인물의 상실과 결핍을 보여주며, 그것이 리그 결성의 동기로 이어진다. 배트맨은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팀을 모으기 시작하고, 원더우먼은 아마존과 인간 세계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강조받는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서사적 공백’을 채운다. 사이보그와 플래시의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확장되며, 그들이 단지 조연이 아닌 서사의 중심축으로 격상된다. 사이보그는 아버지와의 관계, 인간성과 기계성 사이의 갈등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인물로 재구성되고, 플래시는 타임 트래블이라는 결정적인 능력을 통해 전투의 판도를 뒤바꾸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전체적으로 ‘서사적 복원’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추가 장면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존중, 세계관의 논리, 감정선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잭 스나이더는 자신의 비전을 통해, 저스티스 리그가 단순한 팀업 무비가 아니라 ‘현대 신화의 집결’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영웅의 집결과 각각의 여정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각 영웅들의 여정을 충분히 보여주며 ‘팀업’이라는 구조를 진정성 있게 형성했다는 점이다. 배트맨은 슈퍼맨의 죽음 이후 인간적인 회한과 부채감 속에서 행동하며,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임을 믿게 된다. 그는 이전보다 부드럽고 협업 지향적인 성향으로 변모하며, 리더로서의 성장을 보여준다. 원더우먼은 아마존의 공주이자 전사로서, 여전히 정의의 구현자로서 역할하지만 이번에는 인간 세계와 초월 존재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그녀는 배트맨과 함께 팀을 규합하고, 전투에서도 전략과 힘을 모두 겸비한 중심 인물로 활약한다. 사이보그는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판에서는 거의 배제되었던 그의 내면 서사가 이 작품에서는 자세히 묘사된다. 아버지 실루스 스톤과의 관계, 스스로를 괴물이라 여기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영웅으로서의 각성은 매우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그는 결국 아버지의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플래시는 유머와 활력을 담당하지만, 후반부에서 시간 역행 능력을 통해 전투의 흐름을 되돌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결정적 클라이맥스다. ‘스피드 포스’를 활용해 시간 자체를 되감는 이 장면은 단지 특수효과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그는 단순한 빠른 히어로가 아닌, 우주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아쿠아맨은 아틀란티스의 거부자이자,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중간 지점에서 인간과 바다 사이를 잇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 덕분에 팀이 구성될 때 단순한 동기 부여가 아닌, 정서적 공감과 상호 신뢰가 형성된다. 이 모든 흐름이 영화 속 ‘집결’이라는 의미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신화적 영웅담, 그리고 다크사이드의 서막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서사를 넘어, ‘현대 신화’의 구조를 의도적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이는 비주얼, 음악, 구도, 대사에서 모두 드러난다. 잭 스나이더는 영웅 하나하나를 그리스 신화의 신격화된 인물처럼 묘사하며, 그들의 싸움을 단순한 도시 구출이 아닌 ‘우주의 운명을 가르는 전쟁’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슈퍼맨의 부활은 매우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는 죽음을 넘어 부활하며, 다시 태어나는 구세주의 이미지로 강화된다. 검은 슈트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닌, '부활 후의 초월성'을 상징한다. 그는 더 이상 단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라, 우주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로 격상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크사이드의 등장은 DCEU가 궁극적으로 가려 했던 방향을 보여준다. 그는 단지 최종 보스 이상의 존재로, 우주 전체의 위협이며, 그의 등장 자체가 ‘신화의 다음 장’을 암시한다. 스테판울프는 그저 전초전에 불과하며, 다크사이드는 영웅들이 모여야 할 진짜 이유이자, 공포의 실체다. 영화의 마지막 나이트메어 시퀀스는 향후 펼쳐질 대혼란의 예고편으로, ‘만약 슈퍼맨이 타락한다면?’이라는 상상력과 함께, 조커와 배트맨의 충돌, 반역적 미래 전개를 암시한다. 이 장면은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실험으로, DC 세계관의 비극성과 깊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단지 오락이 아닌, 인간성과 신화, 철학과 비전의 결합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이 작품은 단지 복원의 차원을 넘어서, '이야기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감독과 팬들의 신념이 만든 기념비적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