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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2015) – 세대, 변화, 진짜 일의 의미

by 댕디 2025. 5. 9.

인턴 (2015)

간략한 줄거리

『인턴』은 은퇴 후 공허한 삶을 살던 70세 노신사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의 회사에 고령자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힐링 드라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했던 두 세대가 점점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화하고, 각자의 삶에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삶과 일의 의미, 그리고 인간 관계의 회복을 유쾌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세대의 차이, 공감의 시작

『인턴』은 ‘세대 간 소통’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긴장은 바로 70세 노인 벤과 30대 워커홀릭 CEO 줄스 사이의 거리감에서 비롯된다. 세대의 차이는 단순히 나이의 차이뿐 아니라, 가치관, 일하는 방식, 인간관계에서의 태도까지 모든 면에서 드러난다. 벤은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며 예의를 중시하지만, 젊은 세대는 편안한 복장과 수평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이처럼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이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차이를 갈등이 아닌 ‘관심’으로 접근한다. 벤은 줄스를 관찰하며 그녀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조용히 그녀의 일상에 스며든다. 그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다가서야 할 때와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를 안다. 반면 줄스는 처음엔 벤을 ‘형식적인 고령 인턴’이라 여겼지만, 점차 그의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위로와 조언이 되는지를 깨닫는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영화 전체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벤은 줄스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되며 활기를 찾고, 줄스는 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믿게 된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임을 영화는 강조한다. 『인턴』은 세대 간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지만, 인간적인 유대감은 모든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진리를 부드럽게 전한다. 영화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빠른 세상 속 느린 변화의 힘

『인턴』이 특별한 이유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느림’과 ‘여유’가 가진 가치를 되짚는 데 있다. 줄스는 회사의 CEO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그녀는 끊임없이 전화를 받고, 회의에 참석하고, 직원의 사소한 문제까지 해결하며 자신을 소비한다. 이런 삶은 표면적으로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녀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때 벤이 등장한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차를 마시며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듯 행동한다. 벤의 존재는 줄스에게 처음엔 답답함을 주지만, 점차 그는 줄스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두 인물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나눠주며 완성되는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어간다. 이 영화는 변화를 급진적인 개혁이 아닌, 일상 속 소소한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벤은 줄스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태도를 성실히 실천할 뿐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변화시킨다. 이는 오늘날 성급한 변화만을 추구하는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대안이기도 하다. 영화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중요한 가치를 조용히 일깨운다. ‘속도’가 아닌 ‘방향’, ‘성과’가 아닌 ‘존중’,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진짜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인턴』은 말한다. 진짜 변화는 바로 곁에 있는 익숙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일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가치

『인턴』은 단지 인간관계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일’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벤은 은퇴 후 남은 인생을 허무하게 보내는 대신, 다시 일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단순히 수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는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믿는다. 그는 새 옷을 입고 출근하고, 노트에 메모를 하며 배우고,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 줄스에게 일은 ‘삶의 전부’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삶의 균형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벤과 줄스의 대조는 일이 단순한 경제 활동이 아니라 삶의 질과 인간성에도 밀접하게 연결된 요소임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을 바라보지만, 결국 일은 ‘자아실현’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향한다. 영화는 일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 그것은 단지 성취와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벤은 주변을 정리하고, 듣고, 조언하며 회사의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줄스는 벤을 통해 자신이 일을 사랑하지만, 그 일에 자신이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턴』은 ‘일하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가가 아닌,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말이다. 영화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함께 일할 때 비로소 일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이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따뜻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