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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2021) – 연애, 어른, 관계의 민낯

by eodeltm 2025. 5. 16.

연애 빠진 로맨스 (2021)

간략한 줄거리

『연애 빠진 로맨스』는 29살 출판사 계약직 ‘정지영’(전종서)과 33살 시사잡지 기자 ‘박우열’(손석구)이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썸인지 연애인지 모호한 관계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로맨스다. 진지한 건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은 두 사람은 서로를 ‘아무 감정 없는 만남’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도 모르게 진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는 현대 연애의 복잡함과 회피, 그리고 진짜 소통에 대한 갈증을 담아낸다.

현대 연애의 민낯, '가볍게 만나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데이팅 앱이라는 설정을 통해 오늘날 연애의 출발 지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예전에는 소개팅, 친구의 친구, 학교나 회사가 만남의 장이었다면, 이젠 ‘앱’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이 영화는 그 현실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매우 정확하게 짚는다. 지영과 우열은 ‘가볍게’, ‘아무 감정 없이’ 만나자고 하지만, 실제 만남 속엔 둘 다 자신도 모르게 벽을 치고 있다. ‘감정 없이’라는 단어는 실은 자기 방어다. 실망하거나 상처받기 싫고, 기대했다가 무너지기 싫은 어른들이 자주 쓰는 문장이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현대인이 연애를 시작하는 방식과 감정의 방식—을 유머와 솔직함으로 묘사한다. 처음엔 몸과 관계를 공유하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대화가 깊어지고, 공감이 쌓이면서 자신들이 뱉은 말과 달리 진짜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영화는 데이팅 앱에 대한 단순한 찬반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 연결 방식'이 어떤 외로움과 방어 본능에서 비롯됐는지를 짚으며, 우리 시대 연애의 민낯을 보여준다. 연애는 어렵고, 감정은 무겁고, 그래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도 진짜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라는 감정이 앱이라는 매개를 통해 어떻게 시작되고 흘러가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현재형 연애 영화다.

감정은 피하고, 관계는 원해요

지영과 우열은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말하지만, 둘 다 감정에 대해선 매우 서툴고 회피적이다. 서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이유는 상대를 속이려는 게 아니라, 사실은 자신조차 자신의 진심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바로 이 ‘감정 회피형 인간들’의 디테일을 찬찬히 그려낸다는 데 있다. 지영은 ‘쿨한 여성’처럼 보이길 원하고, 우열은 ‘연애는 귀찮다’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진심을 보였던 과거의 상처를 품고 있다. 그래서 ‘관계’는 원하면서도 ‘감정’에는 선을 긋는다. 이 딜레마는 단지 지영과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수많은 2030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 연애의 모습이다. 영화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감정을 피하려는 심리, 선을 긋는 태도가 어떻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내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어느 순간 둘은 진짜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추측과 오해,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말은 없고, 메시지만 오가고, 진심은 말해지지 않으면서 결국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감정을 피한 연애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물음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이 영화는 연애에 있어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이 아니라, ‘침묵’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도 사람, 결국엔 진짜를 원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제목과 달리, 결국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가볍게 시작된 관계도, 스쳐지나갈 수 있었던 인연도, 마음이 개입되는 순간 그 무게가 달라진다. 지영과 우열은 서로에게 ‘진지하지 않게’ 다가갔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기다리고, 질투하고, 실망하며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후반부 두 사람의 ‘이별 이후’ 장면은 인상 깊다. 둘은 분명 서로를 좋아했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과 회피로 인해 그 감정을 말하지 못했고, 결국 오해가 오해를 낳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마주한 자리에서 이들은 어른답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고,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장면은 로맨틱하기보단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전종서와 손석구는 각자의 캐릭터를 날카롭고도 현실감 있게 연기한다. 전종서는 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손석구는 무심한 듯 따뜻한 남자의 미세한 변화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결국, 사랑이란 단어가 반드시 달콤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불편하고 모호하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여전히 가치 있는 것임을 말한다. 아무 감정 없이 시작된 만남도, 결국엔 누군가의 기억 속에 깊게 남는다는 것. 그게 우리가 연애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