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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4 – 평화의 탐구 (Superman IV: The Quest for Peace, 1987) – 핵, 이상, 한계

by 댕디 2025. 5. 2.

슈퍼맨 4 – 평화의 탐구 (Superman IV: The Quest for Peace, 1987)

간략한 줄거리

『슈퍼맨 4 – 평화의 탐구 (Superman IV: The Quest for Peace, 1987)』는 크리스토퍼 리브가 직접 각본 기획에 참여한 작품으로, 슈퍼맨이 전 세계의 핵무기를 제거하고 인류의 평화를 실현하려는 과정을 다룬다. 냉전 시대의 긴장이 극에 달한 시기, 슈퍼맨은 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직접 개입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렉스 루터가 그의 DNA로 ‘뉴클리어맨’이라는 인공 슈퍼인간을 만들어내면서, 슈퍼맨은 전 세계적 위협에 다시 맞서게 된다. 높은 이상을 향한 도전과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핵무기 제거, 이상주의의 선언

『슈퍼맨 4』는 1980년대 냉전 후반의 정치적 현실을 배경으로, 슈퍼히어로가 국제적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직접적으로 던진다. 이 작품에서 슈퍼맨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핵 군축에 나서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결국 스스로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핵무기 제거에 나서기로 결정한다. 그는 세계 각국의 핵미사일을 수거해 우주로 날려버림으로써, ‘핵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려 한다. 이 장면은 슈퍼히어로가 단지 범죄자나 괴물을 상대하는 수준이 아닌, ‘지구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상징적 선언이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슈퍼맨은 이제 개인의 위기나 도시 단위의 재난이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시도였으며, 크리스토퍼 리브가 실질적으로 이 영화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설정은 동시에 관객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슈퍼맨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무기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가 법을 넘어선 절대 권력을 행사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다. 그는 독재자가 아니지만, 그 어떤 지도자보다도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며, 영화는 이러한 균형을 잡는 데 있어서 매우 미묘한 줄타기를 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슈퍼맨의 선택은 예기치 못한 반작용을 낳으며, 단지 이상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도 드러난다. 『슈퍼맨 4』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드물게 정치와 도덕,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며, 오늘날에도 계속 회자되는 ‘영웅의 권한’에 대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뉴클리어맨과 슈퍼히어로의 물리적 한계

『슈퍼맨 4』는 전작과 달리 ‘물리적 적수’로서 뉴클리어맨이라는 존재를 도입한다.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추출해, 핵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슈퍼 생명체를 창조한다. 뉴클리어맨은 태양광에너지를 원천으로 삼으며, 슈퍼맨과 동일한 능력을 가지되, 윤리나 자제 없이 파괴만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 캐릭터는 단순한 강력한 적수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그는 ‘힘이지만 방향이 없는 존재’의 구현체다. 뉴클리어맨은 슈퍼맨에게 처음으로 심각한 패배를 안긴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슈퍼맨을 궤멸시키고, 태양의 빛을 차단함으로써 해리의 능력을 무력화한다. 이 과정에서 슈퍼맨은 병약한 상태로 바닥에 쓰러지며, 육체적으로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이는 히어로의 무적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로,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영웅의 인간화’ 시도 중 하나다. 하지만 뉴클리어맨은 동시에 이 영화의 약점으로도 지적된다. 그의 동기는 단순하며, 개연성 부족한 설정과 연출은 관객에게 진지한 위협으로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 캐릭터의 존재 자체는 ‘영웅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폭력’이라는 개념을 상징하며, 핵이라는 주제와 맞물려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의 메타포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슈퍼맨은 인간적인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며 다시 태양의 힘을 흡수해 복귀하고, 뉴클리어맨을 태양으로 되돌려 보낸다. 이 장면은 단지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힘은 통제되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슈퍼맨 4』는 처음으로 슈퍼맨이 진지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 슈퍼맨의 딜레마

『슈퍼맨 4 – 평화의 탐구』는 시리즈 중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지만, 동시에 가장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슈퍼맨은 평화를 원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서로 싸우고, 전쟁은 시스템과 이익에 의해 반복된다. 그는 핵무기를 제거하며 물리적 평화를 꿈꾸지만, 진정한 평화는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연설에서 슈퍼맨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평화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변한다면, 미래도 변할 수 있다.” 이 대사는 히어로가 아닌 ‘시민적 존재로서의 슈퍼맨’이 던지는 성찰이다. 그는 자신이 절대자가 아님을 알고 있으며, 인간 스스로가 역사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런 면에서 『슈퍼맨 4』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완벽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모든 문제를 날려버릴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사용한다. 이 균형감각은 영화가 비록 예산 문제와 연출적 한계로 완성도 면에선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철학적 깊이만큼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근거가 된다. 결국 슈퍼맨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믿음을 다시 세운다. 『슈퍼맨 4』는 슈퍼히어로가 더 이상 해결사가 아니라,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존재로 발전해가는 전환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점도 많지만, 슈퍼맨의 신념과 딜레마를 가장 인간적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장으로 기억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