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줄거리
『슈퍼맨 3 (Superman III, 1983)』는 슈퍼맨 시리즈 중 가장 이색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품으로, 유머와 풍자, 그리고 ‘어두운 슈퍼맨’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천재적이지만 사회 부적응자인 해커 거스 고먼(리처드 프라이어 분)은 부유한 기업가의 계획에 가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공 크립토나이트가 만들어지며 슈퍼맨의 정신은 분열된다. 착한 슈퍼맨과 악한 슈퍼맨의 내적 충돌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테마이며, 인간성과 도덕성, 기술과 권력의 이면을 풍자적으로 그린다.
어두운 슈퍼맨과 정체성의 분열
『슈퍼맨 3』는 시리즈 최초로 '영웅의 어두운 면'을 탐구한 작품이다. 인공 크립토나이트에 의해 슈퍼맨의 성격은 왜곡되고, 그는 점점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이전까지의 슈퍼맨이 절대 선의 구현체로 묘사되었다면, 본 작품의 슈퍼맨은 술에 취하고, 위선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인물로 변한다. 이 설정은 단순히 악역으로의 전환이 아닌, ‘내면의 어두움’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더 큰 상징성을 가진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분열된 슈퍼맨이 자신과 싸우는 장면이다. 한쪽은 악한 슈퍼맨, 다른 한쪽은 평범한 클락 켄트로 시각화된 이 이중 인격의 충돌은, 외부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기 내부의 파괴 본능임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의 ‘심리 내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후 <스파이더맨 3>의 블랙 수트 피터 파커나 <다크 나이트>의 이중성 테마에 영향을 끼친 선구적 구조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이 내면의 분열을 통해, 절대적인 선도, 악도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모든 인간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영웅조차도 언제든 타락하거나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적 성찰을 제시한다. 이는 슈퍼맨이라는 ‘신적 존재’를 더욱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슈퍼맨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초인의 위치가 아닌, ‘실수를 인정하고 돌아올 줄 아는 인간’으로 다시 서게 된다.
풍자와 유머 속 시스템 비판
『슈퍼맨 3』는 시리즈 중 가장 유머가 강조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거스 고먼 역의 리처드 프라이어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영화 전체의 톤을 코믹하게 끌고 간다. 하지만 단지 웃음만을 위한 유머가 아닌, 시스템과 자본주의의 병폐를 풍자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거스는 단순한 해커였지만, 회사 급여 시스템의 소수점을 조작해 돈을 횡령하는 장면은 IT 사회의 태동기에서 ‘디지털 범죄’에 대한 흥미로운 예시가 된다. 기업가 로스 웹스터는 이를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만들고, 기후 조작, 석유 독점 등의 계획을 추진한다. 이 시퀀스는 단지 액션 스릴러가 아닌, 초국적 자본의 권력이 어떻게 세계를 조종할 수 있는지를 예견한 풍자적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자율 작동형 슈퍼컴퓨터는 인간의 명령을 무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공격을 개시한다. 이는 인공지능과 통제의 문제, 기술의 도덕성 같은 현재의 화두를 이미 1983년에 암시한 장면이다. 이 컴퓨터는 인간성을 빼앗고,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계산하려는 ‘비인간적 시스템’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슈퍼맨 3』는 유머와 풍자, 디지털 기술, 자본 권력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담아낸 슈퍼히어로 영화로, 단순한 ‘액션 속편’의 틀을 넘는다. 영화가 비록 시리즈 중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편이지만, 오늘날 다시 보면 오히려 현실을 예견한 SF 블랙코미디의 선구자적 성격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의 회복과 관계의 회복
『슈퍼맨 3』는 클락 켄트의 인간적인 회복과, 인간 관계의 재정립이 중요한 테마로 다뤄진다. 이번 작품에서 로이스 레인의 비중은 줄어들고, 대신 클락은 고향 스몰빌로 돌아가 옛 친구 라나 랭과 재회한다. 라나와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클락이 어린 시절의 자신과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스몰빌은 도시와 달리 정직하고 평범한 일상 속의 삶을 보여준다. 클락은 이곳에서 더 이상 슈퍼맨이 아니라, 누군가의 친구이자 이웃으로 살아간다. 이 설정은 슈퍼맨이 '구원자'가 아닌, 공동체 안의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시선이다. 영화는 비록 큰 전투나 상징적 희생은 없지만, 일상성과 공동체 속에서 해리의 인간적인 가치가 더욱 진하게 드러난다. 결국 슈퍼맨은 다시금 자신의 사명을 떠올리며, 흔들림을 극복하고 초인으로서가 아닌, 인간성과 공동체를 품은 진정한 영웅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인정하고, 상처받은 도시를 복구하며, 사람들과의 유대를 회복한다. 이는 화려한 구출이나 전투보다 더 강한 영웅의 모습이다. 『슈퍼맨 3』는 이야기와 액션보다는 인물과 관계에 집중한 드문 히어로 영화다.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것’임을 조용히 말하는 작품이며, 시리즈 전체에서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를 가장 정직하게 다룬 영화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