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줄거리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는 리처드 도너의 1978년작과 1980년 속편의 연장선에 있는 '정통 후속작'으로 기획된 영화다. 수년간 지구를 떠나 자신의 고향 크립톤의 잔해를 찾아 우주로 사라졌던 슈퍼맨은, 다시 메트로폴리스에 돌아온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변했고, 로이스 레인은 다른 남자와 가정을 이루었으며, 사람들은 더 이상 슈퍼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인다. 한편 렉스 루터는 다시 등장해 크립톤 기술을 이용한 파괴적인 음모를 꾸미며, 슈퍼맨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사랑, 그리고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사라졌던 영웅의 귀환
『슈퍼맨 리턴즈』는 단순한 리부트가 아니다. 이 작품은 슈퍼맨이 사라졌던 시간을 전제로, 1980년대 영화들의 감정선을 이어간 정통 속편이다. 슈퍼맨은 자신의 고향 크립톤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구를 떠났고, 5년 만에 아무런 예고 없이 돌아온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던 세계는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 이는 실질적으로 1987년 이후 긴 공백기를 지닌 슈퍼맨 실사 시리즈가 현실적으로 경험한 단절감을 메타포로 반영한 설정이다. 영화 초반, 슈퍼맨은 낯선 세상과 마주하며, 자신이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로이스 레인은 "세상은 슈퍼맨이 없어도 잘 살아간다"는 칼럼으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전 세계는 이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 사회의 ‘영웅 불신’과 맞물리며, 슈퍼맨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자마자 발생하는 위기들—비행기 사고, 지진, 테러—속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그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다. 특히 우주선과 항공기를 동시에 구해내는 장면은 고전적 슈퍼히어로의 귀환을 선언하는 시퀀스로,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테마 음악과 함께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이 장면은 그저 시각적 쾌감이 아닌, 정서적 안도감을 선사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결국 이 영화의 귀환은 단지 '등장'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는 과정’이다. 슈퍼맨은 변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찾아야 하며, 그는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찬양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진짜 신뢰를 쌓아가야 할 상징으로 다시 설정된다.
로이스와의 거리, 상실된 시간
『슈퍼맨 리턴즈』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시간의 상실’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풀어간다. 슈퍼맨이 사라진 동안, 로이스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녀는 리처드 화이트와 가정을 이루고, 아들 제이슨을 키우며 살아간다. 이 설정은 과거의 낭만적 사랑이 시간의 흐름 앞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상실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슈퍼맨은 그 시간이 단지 몇 년의 공백이었을지 몰라도, 로이스에게는 중요한 결정과 감정의 변화가 담긴 세월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예전과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로이스는 슈퍼맨이 떠난 것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그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는 애틋함도 안고 있다. 슈퍼맨은 로이스가 자신에게 남긴 감정이 아직 존재함을 느끼지만, 더 이상 그녀 곁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이 감정선을 억지 로맨스로 끌고 가지 않고, 오히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클래식한 비극적 구조로 완성한다. 이는 두 사람 모두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현실의 무게를 존중한 연출이라 평가받는다. 특히 제이슨이 슈퍼맨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암시되며, 슈퍼맨이 유산을 남겼다는 점은 단지 혈통을 넘어 ‘상징적 계승’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는 직접 함께할 수 없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에게 또 다른 책임감을 안겨준다. 『슈퍼맨 리턴즈』는 로맨스를 통해 드러나는 ‘시간의 불가역성’, ‘감정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현실의 수용’을 매우 섬세하고 성숙하게 다루며,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선 인간 드라마로 확장된다.
구원자 슈퍼맨, 신화적 상징의 재건
『슈퍼맨 리턴즈』는 슈퍼맨을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구원자’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를 한다. 영화 곳곳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상징과 연출이 숨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 인간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존재, 창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 부활과 재등장의 구조는 모두 종교적 신화의 서사를 차용한 방식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가 섞인 새로운 대륙을 우주로 들어 올리며 목숨을 걸고 세상을 구한다. 이는 단순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서사의 재현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거의 죽음에 이르지만, 다시 깨어난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동시에, 슈퍼맨이라는 캐릭터가 단지 힘센 존재가 아닌 '영적 구심점'임을 암시한다. 또한 이 작품은 영웅이 절대적인 승리자가 아니며,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다시 일어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렉스 루터에게 철저히 당하고, 인간들에게 잊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함께할 수 없지만, 끝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이 태도는 정의나 힘보다 더 중요한, ‘책임의 상징’으로서 슈퍼맨을 자리매김시킨다. 『슈퍼맨 리턴즈』는 비록 흥행적으로는 논쟁이 있었지만, 그 상징성만큼은 시리즈 전체 중 가장 정제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구원자, 사랑하는 사람, 잊힌 존재,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영웅.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융합되며, 슈퍼맨은 단지 영화 캐릭터가 아니라 ‘의미’를 가진 존재로 귀환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 슈퍼맨은 제이슨에게 속삭인다. “내 아들아,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야. 네 안에도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힘이 있다는 걸.” 이는 단지 부성애가 아닌, ‘상징의 계승’이자 다음 세대에게 남긴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