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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2021) – 연애, 거리, 마음의 온도차

by eodeltm 2025. 5. 16.

새콤달콤 (2021)

간략한 줄거리

영화 『새콤달콤』은 달콤한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 현실과 시간, 거리 앞에서 점점 식어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로맨스 드라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다은'(채수빈)과, 건강 문제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공기업 계약직이 된 '장혁'(장기용)은 서로에게 빠져들며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장기근무, 출퇴근 거리,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점차 서로의 감정에 균열이 생기고, 장혁의 회사 동료 '보영'(정수정)의 등장은 삼각관계로 번지게 된다. 제목 그대로, 연애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이다.

달콤했던 시작, 현실에 부딪치다

『새콤달콤』의 전반부는 연애 초반 특유의 설렘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상 속의 사소한 관심과 돌봄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시작한다. 간호사인 다은과 환자였던 장혁은 서로의 존재에 점차 의지하게 되고, 퇴원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며 미래를 꿈꾼다. 이들은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작은 선물에 웃음을 나눈다. 이 모든 장면은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따뜻한 ‘달달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달콤함’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환상인지 곧 보여준다. 현실이 개입되면서 연애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장혁이 인천으로 출퇴근하게 되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다은 또한 병원 근무의 고된 일정 속에서 점차 지쳐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연애 중심에서 점차 ‘생존 중심’으로 전환되며, 서로에 대한 관심보다 일상과 업무가 우선순위로 밀려난다. 영화는 이러한 흐름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날카롭게 그려낸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현실적이고 아픈 기억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랑은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고, 감정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특별한 사건’ 없이 천천히 드러낸다. 그 점에서 『새콤달콤』은 오히려 ‘비일상적인 특별함’보다 ‘일상의 리얼함’이 중심에 놓인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연애는 달콤하지만, 삶은 새콤하고 때로는 쓰다. 그 조화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또 멀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상기시킨다.

장거리 연애, 물리적 거리 이상의 틈

『새콤달콤』은 장거리 연애를 단지 공간상의 문제로 그리지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장거리 연애의 진짜 어려움이 ‘거리’보다 ‘틈’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주 보지 못하는 일정, 시차처럼 엇갈리는 생활 리듬, 피곤하다는 말로 대체되는 대화—이 모든 것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결국 감정의 거리까지 멀어진다. 장혁은 출퇴근 시간만으로도 하루의 대부분을 소진하며, 회사에서는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다은 역시 병원이라는 환경 속에서 감정 노동을 반복하며 삶의 여유를 잃어간다. 서로에 대한 마음은 여전하다고 믿지만, 정작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바쁘다’, ‘피곤하다’는 말은 점점 관계의 회피가 되고, 만남보다 연락이 우선되는 관계로 바뀌어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영(정수정)이란 존재는 장혁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위안이 된다. 함께 야근하고 식사하며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불륜이나 배신보다는, 피로 속에서 기댈 어깨를 찾는 감정에 가깝다. 영화는 이 상황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감정의 흐름과 외로움의 본질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새콤달콤』은 사랑이 변하는 데에는 커다란 사건보다 작은 틈들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리보다 더 위험한 건, 마음이 어긋나는 속도다. 이 영화는 그 틈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장거리 연애의 단면이다.

사랑의 변화, 마음이 멀어지는 순간

『새콤달콤』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은, 연애가 끝나가는 과정을 놀라울 만큼 조용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다툼도, 폭력도, 극적인 사건도 없다. 단지 눈빛이 달라지고, 웃음이 줄어들고, 연락이 줄어든다. 그런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겠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보다 끝을 더 정교하게 다룬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가 이별을 갈등이나 배신의 결과로 그리는 데 반해, 『새콤달콤』은 감정이 지쳐가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관객이 스스로 이별을 예감하게 만든다. 그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며,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온다. 후반부 반전은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장혁’이라 믿었던 인물이 알고 보니 다른 인물이라는 설정은 관객의 기억과 감정을 되짚게 만든다. 이는 단지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관계에 있어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왜곡되기 쉬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다. 사랑이 지속된다고 믿었지만, 그것이 언제부터 어긋났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를 묻는다. 『새콤달콤』은 사랑의 감정이 단일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달콤함과 새콤함, 씁쓸함은 동시에 존재하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짜 어른이 된다는 사실도 전한다. 이별을 거창하게 하지 않고, 감정의 변화 자체를 섬세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많은 연인이 겪었고 겪고 있는 현실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