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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015) – 정의, 유쾌함, 권력에 맞선 한판 승부

by eodeltm 2025. 5. 15.

베테랑 (2015)

간략한 줄거리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불법과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이다. 서민과 정의를 대변하는 형사팀과, 법 위에서 군림하는 재벌의 대립이라는 구도를 통해 통쾌한 웃음과 묵직한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유쾌한 액션과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어우러진 웰메이드 상업 영화로,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베테랑의 정의감, 통쾌함의 뿌리

『베테랑』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서도철이 보여주는 ‘정의감’에 있다. 형사이지만 유쾌하고 거침없는 그의 성격은, 기존의 냉정하고 무거운 형사상과는 달리 인간미와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약자 편에서 싸우겠다’는 단단한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영화는 이런 정의감이 어떻게 행동으로 구현되고, 관객에게 통쾌함으로 전이되는지를 리드미컬하게 보여준다. 서도철은 단순히 사건 해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가해자가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에 분노한다. 그가 조태오의 범죄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처럼 그려진다. 이 정의감은 단순히 각본에 의한 설정이 아니라, 황정민의 연기와 디테일한 연출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감정으로 완성된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정의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버티기’의 가치에 있다. 법과 언론,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도 조태오의 편에 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서도철은 흔들리지 않는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과, 동료들과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관객은 ‘진짜 정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베테랑』은 말한다. 정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를 보고 외면하지 않는 용기라고. 그리고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진짜 ‘베테랑’이 될 수 있다고.

유쾌한 형사들, 팀플레이의 묘미

『베테랑』의 또 다른 강점은 ‘형사팀’이라는 집단의 조화로운 매력이다. 서도철을 중심으로 한 형사팀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지만, 팀워크에서는 빈틈이 없다. 이들은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진지함과 유머를 오가며,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이 팀은 단순한 ‘수사팀’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끌어주는 ‘동료애’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영화는 수사 장면 속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심스러운 거래 현장을 급습하는 와중에도 티키타카가 오가고, 거친 액션 사이에서도 농담이 끊이지 않는다. 이 유쾌함은 영화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면서도,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데 기여한다. 각 캐릭터는 전형적이지 않고, 현실 속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들로 묘사되어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한다. 오달수, 장윤주, 김시후 등 조연 배우들은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들은 단순한 보조 역할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정의 구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 『베테랑』은 혼자 싸우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명의 형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함께 분노한다. 이러한 팀플레이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집단적 정의’의 가치를 상징하며, 관객에게 더욱 강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권력자 vs 형사, 현실의 충돌

『베테랑』이 단순한 액션 오락 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다루는 ‘권력’의 문제 때문이다. 유아인이 연기한 재벌 3세 조태오는 그야말로 권력과 자본을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는 인물이다. 그는 폭력을 일삼고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아가며, 그를 둘러싼 사람들 역시 그의 비리를 방관하거나 조력한다. 이 캐릭터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조태오와 서도철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 ‘기득권과 현장’의 대결로 확대된다. 조태오는 돈과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하고, 검찰과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서도철은 자신의 몸과 신념만을 무기로 삼아 이 거대한 권력에 맞선다. 이 대립 구도는 관객에게 뜨거운 긴장감을 선사하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히 유아인의 연기는 조태오라는 인물의 이중성과 잔혹함을 섬뜩하게 표현해낸다. 그는 교양 있는 척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사람을 ‘물건’처럼 다루는 냉소적인 태도로 관객의 분노를 유도한다. 반면 황정민의 서도철은 유쾌하지만 그 안에 진중함이 있는 인물로, 조태오와 완벽한 대비를 이룬다. 『베테랑』은 권력과 정의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쪽에 설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영화는 그 질문에 통쾌한 답을 내놓는다. 정의는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