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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 캐릭터, 액션, 서사의 진화

by 댕디 2025. 4. 30.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Venom: Let There Be Carnage, 2021)

간략한 줄거리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베놈과 에디 브록이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위협인 카니지와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가 심비오트 카니지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혼란과, 이를 막기 위한 베놈-에디 콤비의 고군분투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전작보다 더 진화된 공생관계, 한층 과감해진 액션, 그리고 마블 세계관과의 연결을 암시하는 서사가 결합되어 기존 팬들과 새로운 관객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속편이다.

캐릭터의 진화: 베놈과 에디 브록의 동거 케미

『베놈2』의 중심에는 베놈과 에디 브록의 독특한 동거 케미가 중심을 이룬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기생체와 숙주의 조합이 아니라, 마치 부부 혹은 친구처럼 서로 다투고 이해하며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터 베놈은 사람의 뇌를 먹고 싶어 하고, 에디는 이를 막기 위해 일상 속 갈등을 겪는다. 냉장고를 열며 “초콜릿 아니면 뇌를 줘”라는 베놈의 대사는 이들의 유쾌한 긴장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관계는 전편에서 다소 진지하게 묘사되던 부분을 보다 가볍고 코믹하게 풀어내면서도, 궁극적으로 두 존재가 하나의 유기체로 진화해 나간다는 주제를 함축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베놈은 이전보다 더욱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존재로 진화했다. 분노, 질투, 실망 등의 감정을 에디에게 직접 표현하며, 그 과정에서 유머뿐만 아니라 감정의 진폭도 함께 커진다. 에디 역시 처음에는 베놈을 통제하려 하지만, 점차 자신과 완전히 다른 존재인 베놈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들이 일시적으로 결별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은 마치 연인 사이의 갈등과 재회처럼 보일 정도로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반면 클리터스 캐서디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인물로, 외로움과 분노, 폭력성이 뒤섞인 다층적 성격을 보여준다. 그에게 심비오트 ‘카니지’가 기생하면서 폭발적인 파괴력이 형성되는데, 이는 베놈과의 대조적인 공생 구조를 만들어낸다. 베놈과 에디가 서로를 존중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클리터스와 카니지는 서로 지배하려고 한다. 이러한 대조는 두 존재 간의 결말을 암시하며, 공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결국 『베놈2』는 캐릭터 중심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놈과 에디, 그리고 클리터스와 카니지라는 두 쌍의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공존의 형태를 비교하게 만들며, 관계란 서로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단순한 히어로 서사를 넘어서는 심리적·철학적 성찰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압도적인 액션: 생명체 간의 충돌과 시각적 쾌감

『베놈2』는 전작보다 더욱 시각적 임팩트가 강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특히 베놈과 카니지의 대결은 단순한 전투가 아닌, 외계 생명체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예술적 충돌에 가깝다. 초반 클리터스가 카니지로 각성하는 감옥 탈출 장면은 압도적이다. 붉은 촉수들이 감방을 찢고 날아다니는 장면은 마치 괴수영화와 심비오트 액션의 결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며, 공포와 스릴을 동시에 자아낸다. 베놈의 액션은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지만, 에디와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인 방식으로 전투에 임한다. 특히 도시를 누비는 장면이나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격투는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후반부 성당에서 벌어지는 결전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압권으로,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붉은 조명, 종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장대한 스케일을 연출한다. 이 장면에서 카니지의 움직임은 혼란스럽고 날카롭지만, 베놈은 통제된 방식으로 대응하며 두 존재의 성격 차이를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한편, 액션은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서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베놈과 에디가 갈등 끝에 다시 협력하는 순간은 단순한 싸움의 해결이 아니라 감정적인 화해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베놈2』의 액션은 폭발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흐름을 함께 담아낸다. 이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가 아닌, 안티히어로적 서사 속 액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베놈2』는 액션 장면에서도 단순한 자극이 아닌, 그 안에 감정과 메시지를 녹여내며 완성도를 높인다. 시각적 스펙터클과 함께 내러티브를 연결시키는 액션 설계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간결하지만 확장된 서사: 세계관 연결의 시작

『베놈2』는 비교적 간단한 줄거리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주제와 복선을 담고 있다. 에디와 베놈의 관계는 전편에서 시작된 공생의 과정을 더욱 구체화하며, 그들이 세상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맞서 싸우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액션 히어로물이 아니라, ‘세계관의 확장’을 예고하는 여러 장치를 숨겨 두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는 쿠키 영상이다. 영화가 끝난 뒤, 에디와 베놈이 낯선 공간으로 전이되고, TV에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정체가 보도되는 뉴스가 등장한다. 이는 마블의 멀티버스 설정과 연결되며, 베놈이 본격적으로 MCU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팬들은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된다. 또한 클리터스와 슈리크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또 다른 유형의 ‘공생’은, 왜곡된 사랑과 파괴적인 욕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슈리크는 음파를 사용하는 능력으로 카니지와 갈등을 빚고, 결국 이들의 삼각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선악 대결 이상의 복합적 감정선을 구축하며, 관계의 균열과 그 파급력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러닝타임은 97분으로 다소 짧은 편이지만, 캐릭터 간 감정의 밀도와 액션, 서사적 확장성은 전편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이다. 기존 팬뿐 아니라 마블 유니버스에 대한 지식이 없는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동시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는 '베놈' 시리즈가 단순히 소니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아니라, 본격적인 마블 확장 유니버스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베놈2』는 그래서 하나의 영화로서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전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