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2024) – 진화, 희생, 다중우주

by 댕디 2025. 5. 1.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2024)

간략한 줄거리

『베놈3: 더 라스트 댄스』는 베놈과 에디 브록의 마지막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이제껏 두 작품에서 쌓아온 캐릭터의 감정선과 공생 관계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운명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또 다른 위협과 다중우주의 격변 속으로 휘말린다. 에디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베놈은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액션과 감정, 그리고 마블 세계관과의 연결까지 아우르며 시리즈의 완결에 어울리는 무게감을 선사한다.

공생의 진화

『베놈3』에서 베놈과 에디 브록의 관계는 단순한 공생을 넘어 실질적인 ‘하나의 생명체’로 완전히 진화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충돌과 협력, 갈등과 화해를 반복한 이들은 이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각자의 본능과 감정을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 작품에서 에디는 더 이상 베놈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베놈 역시 에디의 인간적인 감정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존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변모하며, 단순한 히어로 파트너십 그 이상의 유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관계의 진화가 신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철학적인 차원에서도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중반, 베놈은 에디에게 “우리는 네가 아니고, 나는 우리가 될 거야”라는 대사를 통해 자신이 단순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에디의 일부분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는 자아의 확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으며, 인간 내면의 또 다른 자아와의 통합이라는 심리학적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영화는 베놈 종족 자체에 대한 설정도 확장시킨다. 베놈은 자신이 속한 종족의 본능을 거부하고, 인간과의 공존을 택한 유일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베놈이 단순한 괴물이 아닌, 진정한 의지를 가진 존재임을 강조하는 설정이며, 그 선택은 이후 서사 전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공생의 진화는 결국 영화의 마지막을 더욱 감정적으로 만들며, 관객들에게 진정한 연대란 무엇인가를 묻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희생과 이별

『베놈3』에서 가장 인상 깊은 테마는 바로 ‘희생’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 편답게, 감정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장면들을 품고 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에디와 베놈은 인간과 외계 존재, 그리고 세계의 운명을 동시에 짊어지는 인물로 그려지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에디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과, 베놈과 함께 싸우며 살아온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베놈은 그 갈등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에디의 선택을 존중한다. 결정적인 장면은 다중우주 붕괴를 막기 위해 베놈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시퀀스다. 자신이 가진 심비오트 에너지가 다차원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에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놈은 자신의 존재를 희생해 전 우주의 균형을 지킨다. 이 장면은 단순히 히어로의 죽음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관계의 끝을 표현하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에디는 베놈과의 작별을 겪으며,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둘이었기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완전한 연대란 결국 서로를 위해 존재를 내어주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의 경계를 넘어서는 감정선은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에디가 베놈의 흔적을 느끼며 미소 짓는 연출은, 희생이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연속임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긴다. 희생은 결국 진정한 공생의 종착점임을 보여준 『베놈3』의 이별 서사는, 기존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되는 감정적 밀도를 갖추고 있으며, 안티히어로라는 틀을 넘어 진짜 영웅의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다중우주의 문턱

『베놈3』는 단순히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아니라, 마블의 멀티버스 서사 구조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다중우주의 균열과 새로운 세계선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이제 단순한 소니 유니버스에 머무르지 않고, MCU와의 긴밀한 연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쿠키 영상은 물론 본편 내 대사와 설정들에서도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브리튼 등의 세계가 언급되며, 마블 팬들에게 수많은 암시를 남긴다. 이런 다중우주의 등장은 단지 팬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에디와 베놈은 다른 차원의 에디 브록, 혹은 심비오트 종족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고, 이는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더한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충돌하거나 협력하는 구조는, 인간의 다양성과 타자 수용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다중우주는 기존 마블 작품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상징이기도 하다. 에디와 베놈이 MCU 스파이더맨의 세계와 연결되는 장면은, 단순한 크로스오버를 넘어 마블 세계관 재편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팬들은 향후 '시크릿 워즈'나 '멀티버스 사가'에서 베놈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결론적으로 『베놈3』는 개별 영화로도 충분히 완성도 있지만, 멀티버스라는 넓은 틀에서 바라보면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안티히어로 서사와 멀티버스 세계관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기능하며, 향후 마블 영화에 있어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