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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017) – 강력계, 악인, 주먹의 정의

by 댕디 2025. 5. 5.

범죄도시 (2017)

간략한 줄거리

『범죄도시』는 2004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조선족 폭력조직 소탕 작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범죄 액션 영화다.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는 조직폭력배와의 협상을 무기로 범죄를 통제하던 와중, 중국에서 건너온 잔혹한 신흥 조폭 장첸(윤계상 분)이 등장하며 평온하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직 간의 균형이 깨지고 잔인한 살인이 이어지자, 마석도는 원칙보다 빠른 대응과 ‘직접 주먹’으로 도시를 지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실화 기반, 가리봉동 조폭소탕 작전

『범죄도시』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리얼 범죄영화다. 2004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발생한 조선족 폭력조직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 사건은 영화 속 사건의 토대가 되었다. 영화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지나친 미화나 과장 없이, 경찰의 수사 과정과 조직 간의 갈등을 적절히 드라마화하며 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주인공 마석도는 전형적인 강력계 형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중과 가까운 생활감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그의 시선을 따라 조직의 구조와 범죄의 실상을 차근차근 그려나간다. 가리봉동은 이민자 밀집지역이자 경제적 약자가 많은 공간으로, 영화는 이 지역 특유의 혼재된 문화와 불안한 치안을 배경으로 활용한다. 신흥 세력 장첸 일당이 이 지역에 침투하면서부터 기존 조폭들 간의 권력 균형이 깨진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 살인, 납치 등 일련의 사건들은 마치 실시간 뉴스처럼 현실감을 더한다. 특히 영화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 기반 캐릭터로 극적 몰입을 유도하며, 관객은 '현실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감정을 지닌 채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무엇보다 『범죄도시』는 단순히 ‘조폭 잡는 형사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안정을 위해 형사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기록물’에 가깝다. 실화 기반이라는 점이 주는 무게감과 리얼리티는 본작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마동석 vs 윤계상, 충돌의 미학

『범죄도시』의 중심은 단연 마동석과 윤계상의 캐릭터 대립이다. 마석도는 유쾌하면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강력계 형사이며,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무자비하고 냉혹한 조선족 조직의 보스다. 두 인물은 영화 내내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다가, 결국 후반부에서 폭발하듯 충돌하며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마동석은 특유의 강인한 체격과 현실적인 말투로 형사 캐릭터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다. 기존의 냉정하고 무거운 형사상이 아닌, 유머와 생활감, 동네 형 같은 친근함이 더해져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는 말보다는 주먹이 빠르고, 규정보다 판단이 앞선다. 그러나 그의 폭력은 단지 분노의 표현이 아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정의의 방식이다. 반면 윤계상은 기존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역할에 도전해, 조폭 장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냉소적인 표정, 절제된 대사, 예측 불가한 폭력성을 통해 진짜 공포를 안기는 악역으로 자리 잡는다. 특히 칼을 이용한 잔혹한 살해 방식, 무표정한 눈빛은 그가 단순한 조폭이 아닌,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임을 각인시킨다. 두 배우의 충돌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간과 괴물의 싸움처럼 그려진다. 극의 중심에는 항상 이 둘의 기 싸움이 놓여 있으며, 마치 정의와 무법의 철학적 대립처럼 비춰진다. 이 영화는 이 두 인물을 통해 ‘진짜 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윤계상의 장첸이 무자비한 공포라면, 마동석의 마석도는 인간적인 정의다.

리얼리즘 액션과 장르의 혁신

『범죄도시』는 기존 한국 범죄 액션 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택한다. 과장된 카메라워크나 CG 없이, 실제로 존재할 법한 거리, 상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짧고 강렬한 액션을 통해 현실적 긴장감을 구현한다. 특히 마동석 특유의 ‘한 방 액션’은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며, 오히려 그 리얼함이 극적 쾌감을 높인다. 영화는 폭력의 소비를 자제하면서도, 범죄의 위협성과 경찰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액션은 유혈보다는 ‘충격’에 초점을 맞추며, 카체이싱이나 총격보다 맨주먹과 칼부림의 대치가 중심이다. 이는 오히려 관객에게 더욱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하며, 누구나 당할 수 있을 법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장르적으로도 『범죄도시』는 하이브리드다. 범죄 영화와 형사물, 액션 영화와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형사들의 유쾌한 케미, 조선족 사투리의 실감나는 묘사, 조직 간의 역학 구조 등은 드라마적 몰입도를 높이며, 단순한 장르의 틀을 넘어선다. 감독 강윤성은 이 작품을 통해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완성도를 선보였으며, 한국 범죄 액션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가 프랜차이즈로 확장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1편의 리얼리즘과 강력한 캐릭터, 장르적 재미가 완벽히 결합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