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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Batman v Superman, 2016) – 충돌, 두려움, 정의의 재정의

by 댕디 2025. 5. 2.

배트맨 대 슈퍼맨 (Batman v Superman, 2016)

간략한 줄거리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핵심 전환점이자, 두 전설적 영웅의 충돌을 다룬 영화다. 메트로폴리스 전투의 참상을 목격한 브루스 웨인은 슈퍼맨을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간주하며 그와 대립하게 되고, 렉스 루터는 이 둘의 충돌을 교묘히 조장한다. 각자의 정의와 공포 속에서 충돌하는 두 인물은, 결국 더 큰 위협 앞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운명에 직면한다.

두 영웅의 충돌, 오해와 두려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중심은 ‘정의’에 대한 상반된 관점의 충돌이다. 브루스 웨인(배트맨)은 메트로폴리스 전투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장면을 직접 경험하며, 슈퍼맨이라는 존재를 두려움과 분노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의 시점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이 초인은 “언제든 독재자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신”일 뿐이다. 반면 슈퍼맨은 점점 자신을 향한 세상의 의심과 정치적 압박에 고뇌하며, 인간들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진다. 두 사람의 충돌은 단지 오해로 빚어진 개인 간 싸움이 아니라, 권력과 통제, 책임에 대한 철학적 충돌이다. 배트맨은 인간으로서 한계를 지닌 존재이지만, 그런 그가 신적 존재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구조는 매우 상징적이다. 슈퍼맨은 모든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사용할 때마다 감시받고, 배트맨은 아무 힘도 없지만 그 감시를 자처한다. 이 영화는 두 영웅 모두를 절대 선으로 그리지 않는다. 배트맨은 폭력적으로 변해 있으며, 슈퍼맨도 자기 방식으로 위협적이다. 그들은 각자의 고통과 상처에서 정의를 찾고 있으며, 그 정의는 충돌한다. 결국 이 충돌은 ‘마사’라는 이름을 통해 정서적으로 해소된다. 두 사람 모두 어머니의 이름이 ‘마사’라는 우연은 이들이 진정한 공감의 지점을 찾는 결정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이 장면은 관객들 사이에서 극찬과 비판이 엇갈렸지만, 영화 전체 구조상 "서로를 괴물이라 믿었던 두 존재가 서로의 인간성을 발견하는 순간"으로 해석된다. 이 충돌과 화해는 향후 DCEU가 지향하는 ‘불완전한 영웅들의 연대’를 위한 기초가 된다.

렉스 루터와 신의 해체

이 작품에서 렉스 루터는 단지 악당이 아니라 ‘신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자’로 등장한다. 그는 슈퍼맨을 ‘자비도, 도덕도 없는 존재’로 규정하며, 그를 세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배트맨을 이용한다. 루터는 지능과 자본, 과학을 모두 동원하여 슈퍼맨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의 악행은 전통적인 악당의 영역을 넘어, 철학적 불신과 인간 중심주의의 극단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슈퍼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크립토나이트를 획득하고, 조드의 시체를 활용해 ‘둠스데이’를 탄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루터는 과학과 신화, 종교적 상징을 엮어낸다. 그는 스스로를 “신을 죽이는 인간”으로 위치시키며, 무한한 힘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대한 공격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그는 언론, 정치, 과학을 모두 조작하며 권력의 교차점에 선 존재로 기능한다. 렉스 루터는 단순히 '강력한 적'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불신과 냉소의 상징'이다. 그는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해 영웅을 범죄자로 만들고, 신뢰를 분열시킨다. 이는 오늘날 실제 정치 및 미디어 구조 속에서 영웅적 상징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유로도 읽힌다. 결과적으로 루터는 이 영화에서 물리적인 위협보다도 개념적 위협이다. 그는 영웅과 신화의 해체자이며, 정의의 경계선에 도전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그를 통해 영화는 슈퍼히어로 서사에 있어 "신이란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정의의 서막과 슈퍼맨의 죽음

영화의 후반부는 슈퍼맨, 배트맨,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원더우먼이 함께 ‘둠스데이’라는 괴물에 맞서 싸우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단지 화려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정의의 시작’, 즉 저스티스 리그의 출범을 암시하는 동시에, 세 영웅이 각자의 이유로 싸움을 선택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은 슈퍼맨이 둠스데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장면이다. 그는 크립토나이트 창을 들고 돌진하며 치명상을 입고, 괴물과 함께 쓰러진다. 이 장면은 그가 처음으로 ‘죽음을 감수한 신’이 되었음을 상징하며, 이후 그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된다. 슈퍼맨의 죽음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그가 남긴 영향력과 상징의 확장을 의미한다. 세상은 그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그가 단지 외계인이 아닌,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배트맨 역시 이 사건을 통해 '공포'가 아닌 '희망'을 신념으로 삼기로 다짐한다. 그는 "그를 위해 사람들을 모으겠다"며 저스티스 리그 결성을 암시하는 대사를 남긴다. 이 결말은 ‘희생을 통한 연대의 시작’이라는 서사 구조를 완성한다. 슈퍼맨은 죽었지만, 그 죽음은 배트맨의 변화를 불러왔고, 원더우먼은 인간 세계와 다시 연결되었으며, 세상은 또 다른 가능성—즉 팀워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정의의 완성이 아닌, ‘정의의 시작’을 선포하는 서사로서 기능하며, 이후 DCEU의 서사를 확장시키는 핵심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