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소개
류승완 감독은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주먹이 운다』(2005), 『짝패』(2006),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모가디슈』(2021), 『밀수』(2023) 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를 만들어온 한국 대표 액션영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때로는 날것의 리얼리즘으로, 때로는 세련된 블록버스터 감성으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맥락과 캐릭터 중심의 서사로 매번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왔습니다. 특히 『베테랑』은 유쾌한 액션과 사회풍자를 결합해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과 비평을 모두 잡았고, 『모가디슈』는 한국형 리얼 전쟁영화로 극찬받으며, 2021년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의 흥행 반등을 이끌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대중이 원하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영화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한 연출가입니다.
몸으로 말하는 감독, 액션의 리듬
류승완 감독은 흔히 “몸으로 말하는 감독”이라 불립니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영화 언어 중에서도 ‘신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특히 액션 장면에서 그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초기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짝패』는 거친 현실의 냄새가 나는 로우파이 액션을 통해 ‘한국형 하드보일드’를 구축하며 주목받았습니다. 류 감독은 액션을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그는 액션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이야기의 진행을 이끌며, 때로는 감정의 분출구가 되는 영화적 장치로 작용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그의 영화 속 액션은 안무처럼 짜인 움직임이라기보다 캐릭터가 처한 감정, 상황의 맥락, 사회적 배경과 얽힌 복합적 신체 언어로 표현됩니다.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범이 연기한 강철중 캐릭터는 절박함 그 자체를 몸으로 드러내며, 그의 싸움 하나하나에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한 액션은 단지 박진감을 넘어서 관객이 인물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류 감독의 액션은 매 영화마다 형태를 달리합니다. 『베테랑』에서는 유쾌하고 통쾌한 권선징악식 액션으로, 『베를린』에서는 국제 스파이전의 텐션 속 절제된 총격전으로, 『모가디슈』에서는 내전 속 리얼 전투 장면으로 발전합니다. 그의 액션은 시대와 배경에 따라 옷을 바꿔 입지만, 항상 ‘리얼리티’와 ‘감정’을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일관된 철학을 유지합니다. 특히 류 감독의 액션은 편집과 음악보다 배우의 움직임과 현장의 호흡을 강조합니다. 현장 촬영을 고집하고, 스턴트도 배우가 직접 소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그가 ‘진짜 몸’으로 말하는 연출자임을 방증합니다. 결국 류승완 감독의 액션은 단순히 장르적 요소가 아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인물을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핵심 언어입니다. 그것은 “멋진 동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의 이야기”입니다.
현실을 투영하다, 사회적 리얼리즘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는 언제나 ‘현실’이 존재합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조건을 영화적으로 해석하고 반영합니다. 이는 초기 독립영화 시절부터 그가 견지해온 일관된 태도이자, 그가 ‘대중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놓치지 않는 작가정신의 핵심입니다. 『부당거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영화는 형사와 검사, 경찰 조직과 권력기관이 얽힌 부패의 고리를 냉소적이면서도 리얼하게 묘사합니다. 작품 속에서 정의는 실현되지 않고, 법은 권력자에 의해 조작되며, 정의감은 개인의 생존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장르적 재미와 풍자 속에 녹여내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베테랑』은 표면적으로는 통쾌한 액션 코미디지만, 그 이면에는 재벌과 노동자, 권력과 약자 사이의 구조적 대립이 자리합니다. 조태오라는 캐릭터는 단지 악당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과 ‘갑질’의 상징이며, 서도철 형사는 그러한 불의에 맞서는 소시민적 영웅의 판타지입니다. 류 감독은 대사 한 줄, 상황 설정 하나에도 사회적 맥락을 배경으로 깔아 놓습니다. 『모가디슈』는 실제 내전 상황 속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그 안에는 분단 현실, 정치 이념, 인간애라는 다층적 메시지가 공존합니다. 그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 삼아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갈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현실주의는 다큐처럼 건조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교훈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장르적 쾌감 속에 진지한 질문을 숨겨두고, 관객이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가게 만듭니다. 이는 대중성과 작가성이 동시에 살아 있는 류승완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장르를 진화시키는 대중영화 장인
류승완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몇 안 되는 ‘장르를 진화시키는 감독’입니다. 그는 액션, 누아르, 범죄, 스릴러, 전쟁, 정치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기존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항상 그 안에 ‘류승완만의 색깔’을 덧입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짝패』는 형제와 의리를 중심으로 한 전통 누아르의 구조 속에 신파를 절제하고, 리얼 액션을 도입하며 기존 누아르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베를린』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스파이 액션 영화였지만, 단순한 동서 냉전의 이분법을 넘어서 각 인물의 사연과 현실 속 고립감을 전면에 내세워 스파이물의 틀을 인물 중심 드라마로 확장시켰습니다. 『밀수』는 1970년대 바다 밀수꾼을 소재로 범죄와 여성 액션 장르의 결합을 시도하며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한국형 오션즈 무비로서 장르적 실험과 흥행 모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류 감독은 장르에 종속되지 않으며, 늘 “이야기가 먼저”라는 원칙을 지켜냅니다. 그는 관객의 기대를 알고, 그 기대를 충족시킨 후 기대 이상을 제공하려는 연출자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오락 영화의 장인이며, 동시에 현실을 설계하는 이야기꾼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배우 디렉팅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보입니다. 정우성, 황정민, 유아인, 류준열 등 수많은 배우들이 그의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감독과 배우 간의 깊은 신뢰와 교감이 드러납니다. 결국 류승완 감독은 “장르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가 계속해서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이유는,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면서도 항상 ‘관객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영화는, 단지 장르의 진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가 나아갈 방향성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