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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2023) – 축구, 희망, 인생 2막의 드리블

by eodeltm 2025. 5. 22.

드림 (2023)

간략한 줄거리

『드림』은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선수 생활이 중단된 뒤, 사회봉사 형식으로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포츠 드라마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실력도, 체력도, 팀워크도 부족한 홈리스 선수들과 함께하며, 그는 점점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도 성장하게 된다. 이들과 함께한 도전은 경기의 승패를 넘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인생역전, 축구가 준 두 번째 기회

『드림』의 가장 큰 메시지는 ‘두 번째 기회’다. 주인공 홍대는 한때 촉망받던 축구선수였지만, 순간의 실수로 경력에 큰 타격을 입고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이다. 그는 처음엔 억지로, ‘사회봉사’라는 조건 때문에 홈리스 월드컵의 감독 역할을 맡지만, 점차 선수들의 사연과 열정에 감화되며 자신도 모르게 진심을 다하게 된다. 홍대는 처음엔 이 일을 단지 방송용, 이미지 회복용 프로젝트로만 본다. 그러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삶을 마주하면서 그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다시 뛰고 싶지만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축구는 생계가 아닌 ‘존재의 이유’였다. 홍대는 그들과 함께 훈련하며 과거의 자신을 반추하고, 경기장에서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스포츠를 통한 성공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축구라는 도구를 통해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자신 또한 다시 일어서는 감독의 이야기다. 영화는 이들을 향한 시선을 절대 연민이나 시혜적 태도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한때 꿈을 꾸었던 사람들임을 진심으로 보여준다. 『드림』은 말한다. 기회는 공평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다시 뛸 수 있는 순간은 온다고. 그것이 바로 희망이고, 인생의 진짜 역전이라고.

제각각이지만 하나된 사람들

『드림』의 또 다른 중심축은 ‘팀워크’다. 영화는 한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홈리스 국가대표 팀은 나이도, 성격도, 배경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였고, 누군가는 사고로 가족과 멀어졌으며, 또 누군가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팀이 되어간다. 팀원들은 처음엔 훈련도 마음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실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홍대의 잔소리와 서툰 응원 속에서도 점점 서로를 믿고 도우며 ‘함께’라는 감정을 알아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바로 ‘경청’이다. 감독인 홍대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다소 냉소적인 다솜(아이유) PD도, 처음엔 그들을 피상적으로 보지만, 점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변화해간다. 특히 각자의 사연이 밝혀질수록 팀은 더욱 강해진다. 아픔이 다르지만, 축구를 향한 열정은 같기에 이들은 서로를 지지하는 동료가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눈물보다는 유쾌한 농담과 자연스러운 관계 묘사를 통해 따뜻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관객은 ‘불쌍한 홈리스’가 아니라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드림』은 다름이 장애가 아닌 가능성임을 보여준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팀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 관계가 만들어지는 기적은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웃음과 감동, 스포츠 영화의 미덕

『드림』은 스포츠 영화지만, 그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 스포츠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 청춘의 아픔, 인생의 굴곡, 가족의 의미, 그리고 사람 사이의 연대를 함께 담아낸다. 영화는 경기 장면보다 ‘과정’을 더 중시하며, 단순한 승패가 아닌 ‘함께 이뤄낸 시간’을 찬미한다.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을 통해 입증된 유머감각을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물 간의 대사, 상황극 같은 연출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무겁지 않고, 오히려 더 진정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쾌하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이 영화의 감정선은 대중성과 진정성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박서준은 자기중심적인 엘리트에서 점차 진심을 알아가는 감독으로 성장하며 서사를 이끈다. 아이유는 냉소적인 듯 따뜻한 시선을 가진 다솜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드라마의 온도를 조절한다. 조연 배우들 또한 각자의 사연과 개성으로 팀의 분위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드림』은 결국 관객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되며, 때로는 경기를 끝까지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희망은 어디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이 영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소중한 감정을, 웃음과 함께 되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