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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2019) – 증언, 투쟁, 평화를 향한 걸음

by eodeltm 2025. 5. 10.

김복동 (2019)

간략한 줄거리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생의 마지막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단순한 피해자의 기록을 넘어, 한 여성이 어떻게 아픔을 증언으로 승화시키고, 세계를 향해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김복동의 육성, 기록 영상, 해외 활동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역사 정의를 위한 투쟁의 증거로 남는다.

침묵을 깨다, 김복동의 증언

『김복동』은 무엇보다 ‘증언’이라는 행위의 위대함을 조명한다. 김복동 할머니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전쟁터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오랜 세월 그 기억은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그녀는 1992년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위안부 피해자 중 가장 적극적인 증언자가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단호하다. 감정을 과잉하지 않지만, 듣는 이의 심장을 두드릴 만큼 강한 울림을 가진다. 영화는 김복동 할머니의 실제 인터뷰 영상과 유엔 인권위원회, 미 의회 증언 등 다양한 장면을 통해 그녀의 증언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단순한 피해 고백이 아닌, 명확한 가해 규명과 국제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는 정치적 행위로서의 증언이다. 김복동의 증언은 단순히 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행동’이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그녀의 메시지는 나날이 쇠약해지는 몸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이는 말하는 자의 책임, 그리고 듣는 자의 의무를 동시에 강조하는 중요한 장면으로 기능한다. 『김복동』은 묻는다. 우리는 이 목소리를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 증언이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녀의 말은 단지 기록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외침이다.

활동가의 길, 피해자에서 투사로

『김복동』은 피해자의 신분을 넘어 ‘행동하는 주체’로 거듭난 김복동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는다.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사회를 향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국내외 인권운동에 앞장선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놀라운 역사다. 영화는 그녀가 광장에서, 유엔 회의장에서, 거리 시위 현장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높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김복동 할머니는 전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았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연대 조직인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매주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세계 각국을 돌며 강연을 이어갔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장을 입고 당당하게 진술하는 모습은, 그 어떤 영화적 연출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산한다. 더 나아가, 김복동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바탕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돕는 데도 나섰다.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김복동 장학금’을 만들어 교육을 지원했고, 팔레스타인 여성 인권 문제에도 연대했다. 피해의 경험을 연민과 동정에 머물지 않고, 연대와 실천의 동력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여정은 인권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김복동』은 피해자의 서사를 넘어선 ‘투쟁의 기록’이다. 그 투쟁은 분노로 시작됐지만, 끝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정의와 평화로 수렴된다. 그녀는 싸우되, 누구보다 품이 넓었고, 무너지지 않으며 끝까지 걸었다. 그것이 바로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이유다.

끝나지 않은 길, 평화를 향한 유산

김복동 할머니는 2019년 1월,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삶의 궤적은 단지 과거의 기록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김복동』은 그 유산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름을 딴 장학금, 인권 캠페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겨진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고 유효하다. 이 영화는 단지 다큐멘터리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증언의 기록이자, 하나의 평화운동 선언문이며, 침묵을 강요당했던 시대를 향한 항의이다. 김복동의 삶이 보여준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끈질긴 여정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아픔으로 확장시켰고, 그 치유의 과정에서 사람들과 손을 맞잡았다. 영화는 말미에 김복동의 육성을 다시 들려준다. “나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이 말은 유언이자, 우리의 다짐이 되어야 한다. 『김복동』은 죽은 자의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행동의 안내서다. 우리는 그녀의 말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한다. 『김복동』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과제다. 그녀가 걸어간 평화의 길은 아직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증명한다.